콘텐츠로 건너뛰기

[K-Local] [전정환] 2024 전주 세계 소리 축제 참관기

2024.8.14~16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지역 전통 문화콘텐츠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개막식이 열린 8월 14일 저녁, 야외공연장에서 해외 연주자들과 한국의 소리꾼들이 함께하는 멋진 공연을 관람하고, 8월 15일 개막작 <잡색X>와 그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를 본 후 느낀 점을 적어본다.


<잡색X>는 임실필봉농악을 현대적인 극작과 연주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이 공연에서 다양한 예술적 충돌과 융합의 창조적 긴장감의 결과물을 체감했다. 전통 농악이 현대적 무대에서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하는 과정은 마치 서로 다른 문화와 예술이 만나고 부딪히는 순간들을 엿보는 듯했다.

전주 출신으로 해외 클래식과 한국 전통음악 모두 조예가 깊은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후 일어난 변화다.

김희선 총감독은 전주세계소리축제가 23년의 역사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처음으로 농악이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고 말했다. 이는 농악의 2014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10주년을 기념하며, 그동안 판소리 위주였던 개막작에 변화를 주기 위한 선택이었다.

연출가인 적극은 농악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 점이 더 창조적인 관점을 갖게 해주었다고 한다. 그는 기존의 정형화된 농악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농악에 대한 논문을 찾아 읽고, 농악 이전의 소리와 농악이 향유된 장소들에 대해 탐구하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농악을 해석하고 극으로 연출했다. 특히, 적극 연출가는 마을공동체의 예술을 무대로 올리는 데 있어 많은 고민을 했으며, 농악을 단순히 전통예술로서가 아닌, 현대사회의 다양한 커뮤니티와 연결된 새로운 형태의 서사로 풀어내고자 했다.

극 후반부에서는 해병대, 의사, 해녀 등 현대사 속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현대적인 관점을 담아냈으며, 이들과 같은 유사관객을 무대 위에 올림으로써 관객들이 단순히 관객석에서 수동적으로 공연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이들이 무대에서 함께 공연하는 모습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공감을 이끌어냈다.

음악감독 원일은 이 작품에서 전통적이면서도 동시에 전위적인 소리를 만들어냈다. 원일 감독과 앉은반 연주자들은 거문고, 가야금, 해금, 아쟁, 태평소를 통해 가장 전통적인 소리와 현대적인 음악을 결합하여 독창적인 사운드를 창조했다. 전통 악기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단순히 과거의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제공했다.

이 작품의 상쇠인 양진성 선생은 임실필봉농악의 전통을 이어받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인물로, 처음 공연을 제안 받았을 때 들판에서 마을공동체가 향유해온 농악이 무대 위로 올라가기로 된 것에 대해 기대만 있지는 않았고 걱정과 불편도 있었던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는 1970년대 후반 농악에서 파생되어 새롭게 탄생한 사물놀이가 전 세계에 한국의 소리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듯이, 농악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현대적 시도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잡색X>는 단순한 공연이 아닌,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 새로운 형태의 문화콘텐츠였으며, 이 과정에서 우리 시대의 커뮤니티와 정체성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전했다.

참여한 이들의 대화에서 느껴지듯이 전통과 현대가 창조적 긴장과 융합을 통해 만들어낸 공연이 이번 <잡색X>였고, 첫 시도였지만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번 공연을 보며 내가 쓴 책 #커뮤니티자본론 과 주제가 일치함을 느꼈다. 기회가 닿으면 적극 연출가와 언젠가 한번 이 주제로 대화를 해 보고 싶다. 전주 원도심에서 #크립톤과 함께 진행할 글로컬 창출 사업과도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오민정 팀장의 네트워크를 통해 필봉 농악 분들을 초대할 생각이다.

전주는 지속적으로 콘텐츠의 힘을 보여주고 있으며, #전주국제영화제와 #전주세계소리축제는 그 중심에 있다. 영화제와 축제 기간 외에도 전주에서 꾸준히 국내외 인재들이 몰려들어 커뮤니티를 이루고 관련 산업이 만들어지는 창조적 허브가 되는 일이 남았다.

이번 축제 기간 중인 8월 16일 금요일, 전라감영 옆 갤러리카페 #위드스페이스 에서 열린 크립톤 의 첫 #커피챗 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8월 24일 토요일에는 원도심 내 로컬크리에이터 #워커비 공간에서 무명씨네협동조합의 #커뮤니티시네마 상영이 예정되어 있다. 전주에서 앞으로 일어날 창조적 변화가 기대된다.

분류 STORY
전정환 2024년 8월 22일
이 게시물 공유하기
태그
우리의 블로그
보관
[영남일보] [권현준] 커뮤니티 시네마…지역 주민·관객이 주체적으로 만든 영화상영회 통해 '시네마 연대'